평생을 오들오들

떨기만 해서 가여웠던

해묵은 그리움도

포근히 눈밭에 눕혀놓고

하늘을 보고 싶네

어느 날 네가

지상의 모든 것과 작별하는 날도

눈이 내리면 좋으리

하얀 눈 속에 길게 누워

오래도록 사랑했던

신과 이웃을 위해

이기심의 짠맛은 다 빠진

맑고 투명한 물이 되어 흐를까

녹지 않는 꿀들일랑 얼음으로 남기고

누워서도 잠 못 드는

하얀 침묵으로 깨어 있을까

 

       - 첫눈 이야기 중에서 / 이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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