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박두순
하느님도 우리 엄마처럼 건망증이 심하신가 보다
지구를 청소하다가 수도 꼭지 잠그는 걸 잊어버린 모양이다
콸콸 콸콸, 밭에 물이 차서 수박이 비치볼처럼 떠오르고
꼬꼬닭도 알을 두고 지붕 위에서 달달 떨고
새로 산 내 노란 우산도 살이 두 개나 부러졌는데
아직도 콸콸 콸콸
하느님, 수도 꼭지 좀 잠궈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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