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희 문학관 물레방아

 

 

 

 

 

 

 

 

 

 

 

 

 

 

 

 

 

 

 

 

 

 

 

 

 

 

 

 

 

 

 

 

 


 

 

 

풍장 

 

    / 황동규


당신을 만나고 나는 밤바다처럼 뒤척였다.

멀리 새벽이 한 겹씩 옷을 벗고 마침내 홑겹의 실루엣으로 문을 열 때까지 내 가슴에서는 우우,

폐선의 기관실에서 나는 바람소리가 그치질 않았고

비린 생의 노래는 조潮금의 썰물처럼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갔다.

이렇게 흔들려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바람소리를 붙잡고 방이나 한 칸 들이자고 했다.

낡은 부둣가 끄트머리,

바람의 숨결로 지반을 다지고 문지방도 없는 방 한 칸을 들이자.

마당까지 들어 온 바닷물이 마루를 닦아 주고 부뚜막에 물고기도 한 마리 놓아줄 것이다.

해 지는 서녘,

노을에 적힌 편지를 나눠 읽으며 나는 생선의 뼈를 바르고 당신은 수저를 내밀고,

그러다가 노을에 취해 생선 쪼가리를 흘려도 개의치 않으리라.

이따금 멀리서 부고라도 오면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하자.

포구의 갈매기가 우리를 데려다 줄 것이다

봉투에는 바람을 넣기로 하자.

그렇게 당신과 나는 부둣가 산책 나온 초저녁별과 함께 풍장을 노래하면 되는 것이다.
달 보듯 당신을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바람의 집에 바람이 마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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