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에서 시월로 이어지는 세월

 

노랗게 물든 들녘 사이 마을이 있고,

그 사이, 실오라기처럼 이어지던 길,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 너머로

멀리 불꽃과 같이 보이던 계룡산의 연봉들,

어제 오후 서울로 가던 시간 속의 풍경이었는데,

어둠이 내리면서 날이 추워지더니

금세 겨울의 문턱에 이른 것 같다.

강원도 지방에선 새벽에 얼음이 얼 것이라는 소식,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겨울의 문턱,

J. 키츠의 <가을에 부쳐>라는 시의 몇 소절이 떠오른다.

 

“봄날의 노래는 어디에 있는가? 그 어디에 있는가?

생각지 말라, 봄노래. 그대 노래 없지 않으니,

아롱진 구름 부드러이 스러지는 날을 꽃 피우고

그루터기 듬성한 밭 장미 빛으로 물들일 때

강가의 버드나무 사이 지고 이는 바람 따라

멀리 불려 올라지고 또는 처져 지며

하루살이 떼 서러운 합창으로 우느니

한껏 자란 양떼 언덕의 개울가에 울고

귀뚜라미 나무 울 곁에 운다. 동산의 한쪽에서

부드럽고 드높게 울새는 노래하고

제비들 모여 하늘에서 지저귀느니,?“

 

가을,

곧 이어 서리가 내리고 벌판은 텅 비고,

그리고 겨울이 올 것이다.

마음 내려놓고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의 4악장을 들어볼 시간도 없이

겨울 나그네가 될지도 모르고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들을 시간도 없이

겨울이 깊어질지도 모르겠다.

 

“낙엽이 지기 전에 구월은 가고

시월이 가기 전에 그리운 사람,“

 

제목도 잊어버린 누군가의 노랫말처럼

까닭모를 그리움만 더하는 시절,

바쁜 것도 아니면서 내가 나도 추스리지 못하면서 보내는 세월,

세월만 강물처럼 흐르고 흐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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