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나무
/ 나석중
저녁 무렵
내가 밖으로 나와서 이르는 곳은 이 나무 앞
이 나무도 무척 외로워서 나를 부르는 모양
나무는 잘 견딘다.
사방팔방으로 뻗치는 나뭇가지
그리움이 지평선 너머에 있다는 듯
하늘 위에 있다는 듯
한 번 뻗친 손 끌어들이지 않는다.
한여름 내 설레며 무성했던 기억의 나뭇잎들
이제는 팔랑팔랑 떨어지며 명랑하다
그늘을 지운다.
지금은 햇볕이 그리운 때라고
옷을 벗는다.
색깔을 벗는다.
번뇌를 벗는다
머리 들어 나무와 함께
높푸른 하늘 올려다보는
포근한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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