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창고 /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돌아올것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0) | 2021.12.05 |
---|---|
담양으로 가는 새벽 길 (0) | 2021.12.05 |
이 추운 날,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나무들 / 청송, 주산지 (0) | 2021.11.22 |
하얀돌이 반짝이는 계곡, 백석탄 - 청송 (0) | 2021.11.21 |
계절이 바뀌면 가고 싶어지는, 명재고택 (0) | 2021.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