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허물어질 것들 천지 다
쌓지 않으면 무너질 것도 없지만
허물어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버리기 시작한다
무너지는 것이 겁나는 까닭이다
왼쪽 어깨를 버리고
오른쪽 무릎을 버린다
청려장 지팡이도 버린다
그렇게 하나 둘 버리기 시작한다
남은 것들을 보전키 위해서 비우는 것이다
모래성은 아니더라도
허물어지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세월 앞에 그 대비책이란 것도 사실 무능하다
마냥 손 놓고 그저 허물어져 가는 수밖에 없다
결국
죽어야 산다는 진리 앞에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글; 김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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