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 최백호

  

1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엣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스폰 소릴 들어보렴

샛빨강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스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2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소리 들어보렴

첫사랑 그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소리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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