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언어

 

 

       / 조인선

 

 

아내가 모국어로 말할 때면 한 마리 물고기 같다

베트남의 더운 열기에 꿈틀거리는 늪 속의 열대어 같다

결혼한 지 육 년이 지났어도 그런 아내는 싱싱하게 꿈틀거린다

오래전 물속에서 바라본 세상은 내 머릿속에만 있었다

숨을 참고 까치발 서며 물밖으로 나오던 순간 내속의 언어는

물고기의 그것처럼 둥둥 떠올랐다

시집와 아내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때마침 해도 저물어 친정 엄마와 통화라도 할 때면

아내는 어항 속 금붕어처럼 몸이 작아졌다

나나 아내나 밥에 대한 유혹은 생의 감옥

말싸움 한 뒤 한동안 대답을 피하는 아내는 감옥을

탈주하는 물고기 같았다

삼천 개의 섬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고향 하롱베이

아내의 아비는 고기 잡는 배의 선장이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먼 곳의 어미를 그리워하는 딸을 보면서

아내는 저수지의 오리처럼 고개 숙이고

물속을 한참이나 보고있었다

 

 

---조인선,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378, 문학과지성사(2010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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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jda Pekkan(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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