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언어
/ 조인선
아내가 모국어로 말할 때면 한 마리 물고기 같다
베트남의 더운 열기에 꿈틀거리는 늪 속의 열대어 같다
결혼한 지 육 년이 지났어도 그런 아내는 싱싱하게 꿈틀거린다
오래전 물속에서 바라본 세상은 내 머릿속에만 있었다
숨을 참고 까치발 서며 물밖으로 나오던 순간 내속의 언어는
물고기의 그것처럼 둥둥 떠올랐다
시집와 아내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때마침 해도 저물어 친정 엄마와 통화라도 할 때면
아내는 어항 속 금붕어처럼 몸이 작아졌다
나나 아내나 밥에 대한 유혹은 생의 감옥
말싸움 한 뒤 한동안 대답을 피하는 아내는 감옥을
탈주하는 물고기 같았다
삼천 개의 섬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고향 하롱베이
아내의 아비는 고기 잡는 배의 선장이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먼 곳의 어미를 그리워하는 딸을 보면서
아내는 저수지의 오리처럼 고개 숙이고
물속을 한참이나 보고있었다
---조인선,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378, 문학과지성사(2010년 7월 12일)---
.......................................................................................................................................
Ajda Pekkan(터키)
Ajda Pekkan - Spente Le Stelle
' 향기가있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단해지는 법-윤석정 / Sezen Aksu / O Sensin (0) | 2011.09.21 |
---|---|
12시의 소나기-전형철 / Giovanni Paisiello (0) | 2011.09.19 |
푸른 심연-강인한 / The phantom of the opera "지컬 오페라의 유령"중 삽입곡 A.L. Webber (0) | 2011.09.18 |
白夜-송찬호 / 장사익-댄서의순정 (0) | 2011.09.17 |
가을사랑 -도종환 / 가을사랑 -신계행 (0) | 2011.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