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夜 /송찬호
그 등불은 춥고
멀리서 온 듯, 붉었다
사냥꾼에 쫓기다
길을 잃은 듯
피에 젖은 채,
그의 몸은 유리창처럼 발갛게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내 흐릿한 기억 속의 등불은
탁자 위에 놓여져 있다
나는 심지를 조금 돋운다
보라, 난 그처럼 아름다운
뿔을 본 적이 없다
저 타오르는 털빛, 언젠가 추운
거리를 지나다 진열장 너머
그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털옷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유리창은 언제 끝날지 모를
긴 白夜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때 내몸은 소금보다 어두웠었고
그 댄서를 구경하기 위하여 우리는
빛으로부터 검은 탄더미처럼
쏟아져 나오곤 하였다
그 댄서는 죽었다 누군가
창을 치켜들고
그 등불을 향하여 미친듯이 덤볐으리라
그가 남긴 것이라곤 지저분한
화장품통과 차디찬 풀로어와
삶과 어긋나기 일쑤였던 두터운 털실뿐
점점 사라져가는, 저 차가운
산꼭대기에 놓여 있는 아득한 등불, 빛
누군가 황량한 30대를 그렇게 건너갔으리라
시집『10년 동안의 빈 의자』문지 1994년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학과 졸업.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등단
시집<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등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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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의 순정
/ 장사익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처음 본 남자 품에 얼싸 안겨
푸른 등불아래 붉은 등불아래
춤추는 댄서의 순정
그대는 몰라 그대는 몰라
울어라 섹스폰아
새빨간 드레스 걸쳐 입고
넘치는 그라스에 눈물지며
비 나리는 밤도 눈 나리는 밤도
춤추는 댄서의 순정
그대는 몰라 그대는 몰라
울어라 섹스폰아
별빛도 달빛도 잠든밤에
외로이 들창가에 기대서서
슬픈추억속에 남모르게우는
애닳픈 댄서의 순정
그대는 몰라 그대는 몰라
울어라 섹스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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