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그리운 것들


/ 이기철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 된 생을

다름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 시키고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 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뒤로 사라질때

저녁 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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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ovanni Marradi / La donna e mobile

(여자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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