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거울을 들고 있다 / 김경성

 

 

 

얼굴이 언제부터 보이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은 청록의 시간이라는 것

 

한차례 뜨거움이 지나가고

마지막 숨을 풀어내는 연기의 끝까지 가보면

그곳에는 청록의 시간을 닦아낼 수 있는

한 줌의 재가 있다

 

청록을 지우고 빛이 나면 그 시간이 되돌아올 수 있을까

 

녹슨 거울이 제 안에 물고 있는 것은

제 속에서 거닐었던 한 사람의 생이다

 

청록은 나를 끌어당겨서 오래전 그 시간 속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먼 시간을 건너 내 앞에 있는 거울에

나를 비춰주고 있다

 

이제는 그 무엇도 다 보이는 찬란 속에서

제 얼굴을 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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